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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
이끼향
2009. 7. 23. 09:12
삶의 길 "엄마, 뭐하세요?" "응, 지금 은행에 갔다가 막 들어왔다. 어찌나 더운지 땀이 막 샌다. 그래 밥은 먹었나?" 언제나처럼 늘 밥 먹었는가가 중요하신 어머니. 그러나 당신은 그저 물 말아서 몇 술 뜨면 끝이다. 팔순 가까우신 어머니께 하루에 두 번 전화 드리고, 일주일에 두 번 뵙는 것이 생활화 되었다. 내게 어머니는 맑은 영혼이 숨 쉬는 어릴 적 노스텔지어요, 한적한 시골길이다. 시골 길은 내게 언제나 말을 걸어온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편리한 길은 아니지만,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한 인정이 배어있어, 간절히 동경하고 있는 내 영혼의 작은 꿈들이 뿌려져 있는 길이다. 나는 그런 고즈넉한 길을 일주일에 두 번 걷는 것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리시는데 시원한 수박 한 덩어리 들려드리지 못한 채 그저 아쉬움으로 어머니를 뵙는다. 언젠가 목이 늘어져 더 입지 못해 버려진 줄로만 알았던 3천 원짜리 내 면티를 목선을 손수 수선하여 입고 앉아계신다. 어머니 속에 나의 모습이 겹쳐온다. 그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못해 애틋하다. - 박병탁 님, 문학기행카페의 글 '삶의 길'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