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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남다른 특징

이끼향 2010. 4. 20. 07:34

 

 

나만의 남다른 특징


동네 미용실에 새 아가씨가 왔다.
배꼽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피어싱을 한 배꼽 언저리에 달랑거리는 액세서리가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공연히 민망하고 곤혹스러워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생각하니 좀 우습다.
배꼽이 어쨌다고.

배꼽은 어쩌면 삼신할미가 볼기를 찰싹 쳐
세상 밖으로 내치는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눌러 찍은
신의 마지막 무인 같은 게 아닐까.
털도, 비늘도, 사나운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갖추지 못한
천둥벌거숭이가 걱정스러워
신은 보증의 손도장을 마침표 삼아 꾸욱, 누르셨을 것이다.

- 최민자, 수필 '하느님의 손도장' 중에서 -


남들과 다르다고, 부끄럽다고, 가리고 숨겨두었던 것들.
그것들을 오히려 나만의 개성으로 생각해봅시다.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은 수치나 허물이 아니라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나만의 남다른 특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