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권규학


첫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날에는
무작정
누군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오후시간을 온전히 비워두고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 얘기를 들어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비내리는 토요일 오후마다
약속은 하지 않았어도 내가 자주 찾는 찻집에서
빨간 장미 한송이를 들고
추억의 노랫가락을 조용히 새기고 있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깨를 맞대고 가까운 듯 먼 길을 같이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를 위해 불러줄 웃음이 고운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낯익은 포장마차 불빛 속에서
쓴 소주 한 병을 시켜 놓고
내가 두 잔 마실 때
내 건강을 위해서란 걸 강조하며
한 잔 정도 대신 마셔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술 한 잔에도 얼굴이 붉어져
횡설수설 말이 많아도 귀찮지 않을
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에머럴드빛 푸른빛깔 옷을 입고
안개꽃 한아름 안고 활짝 핀 웃음을 지으며
예고도 없이 방문을 들어서는
꿈같은 행복에 겨운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고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는
오로지 따뜻한 웃음만을 선사하는
마음이 순수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별의 말이 가슴 아파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고 서성일 때
살며시 다가와 마음을 바로잡아 주는
이해심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병을 앓고 난 후,
잃어버렸던 고운 사랑 한아름 안고 돌아와
파묻힐 정도로 안겨주는
꿈보다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랑에 미친 사람,
그러나 풀잎이슬처럼 상큼한 눈빛을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계절병에 취해 동경의 세계를 꿈꿀 때
무작정 새벽열차를 같이 타고 떠날 수 있는
홀가분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웃고 있지 않아도 만나면 무작정 좋은
하늘 같은 마음씨를 가진 좋은 사람을 만나
오래도록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사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작지만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
한 번쯤 실연에 울었던 사람과 만나
도란도란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고통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
한 잔의 술로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커피향을 좋아하는 사람
올드팝과 7080 음악가락을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어느 호젓한 찻집에서
천천히 찻 잔을 기울이며
사람사는 시골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눈물나는 세상을 위하여 일찌기 불을 끄고 돌아 눕는
세상 모든 욕심으로부터 벗어난
그런 욕심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눈매가 단정하고 정감어린 사람,
아무리 떠들어도
조용하고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슴이 넓은 사람,
우수에 젖어 있지만 포용력이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느 겨울날의 퇴근길
집 앞의 사립문을 열고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기다려 줄,
가슴에 온통 사랑으로 가득찬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