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향 2009. 5. 5. 18:53

 

 

 

                                   생명을 가진자

 

                                                              조기수

 

생명을 가진 자 언젠가는 떠난다

기차가 종착역에 딯듯

눈물도 언젠가는 마르듯

슬픔을 잠재우며 떠나게 된다

 

영화가 끝나면 불이 켜지듯

생명의 끝이

환한 밝음이었으면

묘지는 따뜻한 너의 가슴이었으면

좋겠다

그곳에 오래 숨겼던 얘기들이 처음으로 빛에 닿아

눈부시고

발끝에 간지러운 바다가 풍경으로 선

초록이 돋아나는 계절이면 더욱

좋겠다

늘 푸근할 너의 가슴 한편에서

오래 다시 살아

언제라도 때에 맞게

흐르며 떠나며 넘치고 잠들어도

작은 향기처럼 간혹 되살아나서

지금처럼 늘

오래 하나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