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를 수 없음은
긴뚝 섬 (낭송, 전향미)
정성을 다하지 못함이 후회될까
잡고 잡았으나 잡을 수 없어
놓아 주었습니다
가던 길 돌아올 때는
가슴이 매였습니다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발걸음인 줄 알면서도
발 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어긋난 것들을 꿰맞추기에는
내게 여유로움이 없음을 압니다
이 땅에 태어나
한 몸 끌어안고 살기도 힘겨워
결국엔 놓아 주기로 했습니다
사랑도 인연도 벗들도 가족도
잡을 수 없음을 압니다
머물러 달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내 마음에 자연스레 남아 있는
그 머무름이 아니고서는
이제 내 것이 아닌 줄을 압니다
이제 그냥 가다 서고 서다 가기를 반복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내 생명이 하고자 함을 붙잡으려 하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머무를 것이고
머무르면 내 것이 되는 것을 압니다
밤마다 잠을 잘 수 없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유로움이 아니라
짧은 생애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차마 내일로 미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강물같은 세월에
한 점 구름이 되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