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단상 (斷想)
麗松 이상원
누가 지우개로 푸름을 모두 지워 버렸는가
그 모습 산산이 부서졌다
한 차례 파란(波瀾)이 지나간 모양이다
전부를 뒤집었다, 단조롭게
흑백으로 옅어져
가는 빛으로 남아 온기마저 사라졌다
색을 잃고 부스러져 추락한 쓸쓸한 계절이다
밤은 왜 이리 길게만 느껴지는 걸까
배고픈 어둠만이 옹이처럼 남아
북풍 휘파람 소리에 무거운 일상이다
삭풍을 껴안은 채 견뎌온 사랑으로
시작은 끝이요, 끝은 곧 시작인데
쓸쓸함이 가득한 마비된 상흔(傷痕)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눈물로
계절에 내린 허울 하나 벗으며
말 없는 침묵 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하나씩 되살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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