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강원도에 눈이 내리면서입은 냉해인지
창원 북면에 있는 단감밭 입구에 들어섰을때
눈앞에 펼쳐진 야트막한 언덕배미에 주먹한개만한
주황색 감들이 꽃처럼,, 달려있는데
잎들은 축 쳐져 갈색을 띠고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렇듯 일손을 기다리는 농민의 아쉬운 손길이 많은데
도시주부들의 한가한 나들이가 넘쳐나는
점심시간이면 음식점 마다 주부들의 수다가 넘치는데
가까이에 있는 농촌일손돕기는 커다란 도움이 될수 있을텐데
연결이 쉽지 않는 일인지,,,물론 일해보지 않은 우리들의 솜씨가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큰 밭에 달려 있던 감들이
우리들 38명의 손에 든 가위에 의해
하나하나,,, 주머니에 담겨졌다가 박스로 옮겨지고
선별을 통해 상품화 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조롱조롱,,, 예쁘기도 하다
몇일전 대봉감과는 다른,,,느낌
나무의 크기도 작아 내 눈높이에서 거의 딸수있고
늘어진 나무에는 앉아서도 딸수있는 높이,,,
내 어린시절추석을 지내고 종가댁인 5촌 당숙께 인사를 드리고나면
집앞에 있던 큰 감나무에서,,, 늘 가지째 조롱조롱 달린 감을 꺾어주셨고
보물다루듯 떨어질새라 조심스레 가져와
방 가운데 걸어 두고,, 하나씩 하나씩 홍시가 될때마다
따먹던,,, 홍시가 되기를 하루에도 눈길을 수십번도 더주면서
쳐다보던 내 모습이 눈안가득 들어온다
참 예쁘고 앙징스러운 시절이 내게도 있었구나
그때,,, 그시절이 한번만이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친정 아버지 자전거 뒤에타고
논둑을 달리던 그때,, 그작은 길 논바닥으로굴러 떨어질새라
아버지 뒤에서 허리를 고사리손으로꼭 잡아쥐고는
신나게 웃음 날리며 행복하던 그때의,, 나는,,, 어디가고,,,
일렬종대로 사열하는 장병같이 달려있는 감들을
고운 우리들의 손에,,서 체온을 느낄때
누군가의 입에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아리아리 동동,,,
어깨가 절로 들썩여진다
사실은 어젯밤,,, 불면의 밤을,,,
꼬박,,, 한숨도 자지않고 새벽을 맞았고
아침 준비하고 농협지역본부가 있는 부전동까지
지하철 환승을 세번이나 하면서 오느라 힘들었고
창원까지오는 동안 잠시,,30분정도 눈을 감았나,,,
오르막을 오를때,, 마음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몸은 뒤뚱거리던 내가
조롱조롱 탐스런 열매들과의 속삭임에
에너지를 받아,,, 열심히 ,,무게를 느끼면서도
바구니 가득담아 따던 난,,,
어깨며,,, 목줄기가 아파왔는데,,,
노래소리에,, 힘이 난다
허기진 배를 안고 고된 농사일을 할때에는
농가가 필요했던가
새참으로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애해라 둥둥,,, 어기여차,, 노래가,, 양념이였나보다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고 쉴틈도 없이 다시 시작하는 오후부터는,,,
몸도 다리도 풀려버렸고 눈도,,, 감겨온다
감나무 아래 털썩 주저앉아
단감 두개를 깎아 먹으면서
희미한 웃음을 날려본다
입안으로 말간 단물이 배어들고
흡족한 난,,,
롤로코스트에 내 마음을 태우고
하늘길을 날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떠오르면서
파란하늘을 마시고
음악처럼 흐르던 목소리가 생각나고
향기로운 어울림이 있는 나
혼자가 아님에
모든 것이 연이고 관계함이고
이렇듯 맑은 단감밭에서의 하루가
꿈길처럼,,, 행복하다